SF와 판타지 문학 편집자이자 작가로 살고 있다.
어린 시절에 ACE88 전집의 가호로 《반지의 제왕》과 《어스시의 마법사》를 만나 환상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 순정만화의 위대한 장르 작품들을 보며 세계를 강화해서 고등학교에서부터 판타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PC 통신 마지막 세대와 웹진 첫 세대에 끼어서 창작과 리뷰를 했으며, 특히 단편소설과 인연이 깊어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단편심사단과 단편집 제작진,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단편집 제작진과 독자우수단편 심사단, SF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과 장편소설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한국환상문학단편선》에 〈용의 비늘〉을, 《월면도시: 달의 뒷면》에 〈예약손님〉을, 거울아니었던들 총서에 〈누메논〉 외 5편을 수록했다.
도트 시리즈는 서사를 모자람 없이 다 쓸 수 있는 충분한 길이의 중편 소설을 표방하고 처음에 섭외를 받았다. 문제는 내가 초장편 인간이라는 것이다. (다른 문제들도 있었지만 그건 숨기겠다. 예를 들면 마감이라든가, 마감이라든가, 마감이라든가…….) 장편소설의 1부, 첫 챕터 같은 단편이 내 특기이자 콤플렉스인데 이번에도 그 운명을 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가 나에게 변명거리를 주었다. 일리아스는 수많은 뒷배경 이야기들을 훌쩍 뛰어넘어서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전장 이탈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한참 많이 남은 전쟁의 결말과 뒷이야기들까지 가지 않고, 아킬레우스의 (다른) 분노와 전장 복귀에서 끝난다. 사건 한가운데에서 시작해서 사건의 1차 마무리에서 끝나는 건데, 이 본편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앞뒤를 포함하는 형식이(라고 배웠)다.
《환락경》 또한 이 소설의 시작 전에 몇만 년의 일이 있고, 소설이 끝난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여정이 있다. 하지만 미하일과 유리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 계기를 만나고 결정을 내린 순간을 담았으므로 이전과 이후는 짐작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앞뒤를 자른 것이 아니라, 중요한 한 부분만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