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자 글쓰기 안내자. 서점과 도서관, 교육청, 문화재단 등에서 글쓰기 수업과 그림책 모임으로 어른들의 마음 돌봄을 돕는다.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10년간 IT 기업에 다니면서 문학의 세계와 멀어지며, 오래도록 글쓰기를 향한 짝사랑을 앓았다. 어둑어둑한 밤 책상에 앉아 혼자 일기와 시와 리뷰를 쓰는 시간이 길었다. 우연히 사랑에 빠진 그림책을 어른들과 함께 읽은 에세이를 쓰면서 작가가 되었다. 사랑하고 쓰고 사랑받는 시간이 쌓이면서, 글은 “어디도 아닌 여기에서” 잘 살기 위해 쓰는 거란 걸 배웠다.
쓴 책으로 『어른의 그림책』과 『너는 나의 그림책』이, 옮긴 책으로 『돌 하나가 가만히』, 『작은 빛 하나가』, 『토베 얀손』, 『딕 브루너』 등이 있다.
자연과 예술, 그리고 우정을 통해 새로운 삶에 뿌리 내려가는 소녀 이야기
생의 길목 초입과 말미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우정은 봄볕처럼 따스합니다. 두 사람 사이 우정이 꽃피어나는 데에는 자연과 예술, 두 가지의 힘이 큽니다. 할머니의 뜰에서 사계절을 보내면서 카타레나는 매번 새롭게 태어나는 자연의 힘을 다시금 보게 된다. 이지러졌던 달은 차오르고 멀리 떠나갔던 새는 돌아오고 겨우내 캐두었던 알뿌리를 심으면 꽃이 피어납니다. 끝인 줄만 알았던 곳에서 자연은 언제나 다시 시작할 줄 압니다. 카타레나는 그 힘으로 스스로 새로운 땅에 뿌리내리는 알뿌리가 됩니다.
그러나 차오른 달은 지고, 돌아온 새는 날아가고, 피어난 꽃은 결국 지고 맙니다. 겨울 뒤에 봄이 오듯 봄 뒤에는 한참의 계절을 지나 다시 겨울이 옵니다. 아그네스 할머니와의 만남도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한 때 카타레나의 봄이 되어준 할머니는 날이 갈수록 생기를 잃습니다. 새 봄이 와도 집에 갇혀 있는 할머니에게 봄이 온전히 가닿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카타레나의 차례입니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연어 스튜는 차게 식은 할머니의 몸을 데워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카타레나는 새 그림을 모아 병석에 누운 할머니에게 봄을 선물합니다. 할머니 마음에 흘러들어온 시의 샘물은 잠시잠깐 그녀를 새의 노래로 가득 채웁니다.
예술은 사람이 삶에 뿌리내리는 방식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줍니다. 아그네스 할머니는 진흙을 빚어, 카타레나는 그림을 그려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에 묶어둡니다. 나무와 새와 꽃과 달은 두 사람의 손을 통해 작품이 되어 생명을 얻습니다. 뿌리 잃은 것에 새 뿌리를 자라게 할 수 있는 힘, 흘러가는 것을 붙들어둘 수 있는 힘- 자세히 관찰하고, 그리고, 빚고, 간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힘을 기릅니다. 부유하는 삶을 영속하도록, 시들어가는 생명을 언제고 반짝거리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예술의 가장 큰 힘입니다. 돈벌이와 관계없이 두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예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