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에 대한 미래 희망이 과연 있는가? 정부, 농정지도자, 농민 더 나아가 국민 중에 과연 이 질문에 자신감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니 신토불이(身土不二)니 하는 이 땅의 소박한 자부심과 신념은 이미 우리 농민과 농업계를 설득하기에 빛바랜 명분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비록 필자가 농업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 농업에 미래의 희망이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농산업을 미래의 유망산업이라 역설하는 미(美) 투자가 짐 로저스의 주장처럼, 나 또한 한국의 김(金) 로저스를 자처한다. 적어도 우리 농업의 미래에 대한 확신만은 내가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2·3차 산업화를 통해 세계경제 중·선진국으로 도약한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소외시킬 수밖에 없었던 농산업을 이제부터라도 부흥시킨다면 산업화 이상으로 농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는 과거와는 달리 농업을 견인할 경제 환경과 산업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경제 발전에 반해 우리 농업은 거북이, 마이너리그, 서자(庶子) 등으로 취급되어 온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지고 깊은 샘은 천천히 고이듯, 이제껏 우리 농업은 대기만성(大器晩成)을 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꽃이 봄에만 피지 않고 찬 서리가 내리는 늦은 가을에도 피는 국화가 있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 희망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농업6차산업화를 위한 6차산업법(농촌융복합산업육성지원법)이 2014년 제정, 2015년부터 시행되어 벌써 4~5년이 경과했다. 시행 초기의 행정적 지원과 열기는 다소 사라진 듯하지만, 다행스럽게 선도 지자체와 농업경영인의 적극적인 참여로 6차산업화의 불꽃은 꺼지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 농업의 미래 대안이 6차산업화임을 인정하는 것이며, 농어촌 현장에서도 그 열기가 식지 않은 채 불잉걸이 되어 남아 있다. 필자가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시점에 한국 농식품 6차산업협회를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우리 농업의 선진화와 6차산업의 가속화에 화력을 보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더 이상 농지의 크기와 땀, 그리고 성실성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미래 농업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이(異)업종과 산업 간 협업 및 융합을 바탕으로 하며, 1차 농업 생산을 중심으로 2차 산업인 농식품 가공 제조, 3차 산업인 유통·판매·관광·외식·IT 서비스와 결합하여 농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6차산업화의 일관성 있는 추진이 우리 농업의 살 길이다.
네덜란드의 화훼, 이스라엘의 종자산업, 쿠바의 유기농업처럼 우리 농업 환경과 여건에 맞는 농정을 차별화하고, 6차산업화를 통해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농업강국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도 도시 산업인보다 농업인 소득이 더 높은 나라로 거듭나는 것이 우리 농업의 미래 목표이자 청사진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국가경제 차원에서 우리 농업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우리 농업의 미래 방향을 6차산업화의 입장에서 접근했다. 필자가 전국의 6차산업 현장을 자문하고, 1,500회가 넘는 특강과 강의를 하며 보고 들은 농업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특히 그간 유통산업, 프랜차이즈 외식 산업 관련 실무 등에서 축적한 다양한 경험과 식견을 농산업에 접목했다. 6차산업의 융복합화를 위해서는 복잡한 이해관계 당사자 간에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따라서 제각기 다른 유형별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더러 경제지표와 자료 등이 다소 지난 경우에는 과거 정보를 통해 현재와 비교해 보는 거울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근래 들어 창업시장의 무게중심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옮겨오고 있다. 창업을 희망하는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가 그 증거다.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창업하기보다 오히려 6차산업을 통해 창농(創農)·산업농(産業農)이 되기를 희망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오랜 산업화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농업에 결합하는 도농상생(都農相生)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다. 오랜 도시 생활자가 귀농을 해 곧바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농업인은 농사를, 도시인은 산업화 기술을 전수하며, 서로가 가진 경쟁력을 효율적인 융합 모델로 재창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6차산업화를 통한 새로운 농업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이제라도 잘못된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균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농업은 생명 산업이며 여타 산업의 근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농업과 농민의 지위를 회복하는 길이 우리 농업과 밥상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윤봉길 의사는 일찍이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마치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농업현실을 당시에 내다보고 경고하신 듯하다.‘사농공상(士農工商)’이란 말을 보아도 알 수 있듯, 과거에는 농업의 지위가 높았지만, 현재는 ‘사공상농(士工商農)’의 처지로 전락했다. 이는 우리 경제 정책에 의한 산업구조의 변화 때문이며, 농업을 흙수저 산업으로 보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부디 농업대국이 선진국임을 새롭게 인식하고, 농업부흥을 위한 획기적인 농정을 펼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