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난주 마리아라는 이름이 가슴에 박힌 것은 벌써 오 년 전 일이다. 조선 명문가의 장녀로서 천주교도의 삶을 살았던 여인. 남편을 잃고 아들과 떨어져 한평생을 제주의 관비로 살아야 했던 여인. 내게 그 여인은 정약용의 조카, 황사영의 아내…… 그런 누군가의 ‘무엇’이 아니라, 정난주란 이름 자체로 물음표가 되어 다가왔다. (……) 정난주의 이야기를 쓰면서, 나는 그들의 삶 하나하나가 곧 조선이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이라고 느꼈다. 악함과 선함이 공존하고 고귀함과 비열함이 함께하며 때론 의도치 않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 혼란한 세계 속에서도 어떤 선한 결과(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을 향상시킬 만한)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끝끝내 지키며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부분과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이들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정난주는 그런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