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2년 「한국 근대시의 물신화 연구」로 경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비평집 [질문들의 곁에서], 편저 [김관식 시선] [김상훈 시선] [김남천 평론 선집] [함석헌 수필 선집], 공저 [한민족 문학사] [나는 반려동물과 산다]를 썼다.
2022년 제23회 젊은평론가상을 수상했다.
“Don’t try.”
찰스 부카우스키가 스스로 만들어 둔 묘비명이다. 그런데 생전의 그는 어떤 작가보다 치열하게 글을 썼다. 스물네 살에 첫 작품을 발표한 뒤 마흔아홉 살에 전업 작가가 되기까지 육체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여러 직업을 전전했으며, 작가가 된 이후에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며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시와 소설을 그야말로 끊임없이, 꾸준하게 썼다. 죽기 직전까지 2년여 간 쓴 일기에서 새로 배운 컴퓨터로 글을 쓰게 된 작가가 프린터 용지를 잔뜩 산 뒤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창작 활동에 대한 그의 순수한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는 부모의 유산이나 부동산 등의 수익으로 생계를 꾸리는 노력 없이 시만 쓰는 시인들을 지독하게 경멸했는데, 그에게 글쓰기는 일상과 노동의 시간에 언제나 겹쳐져 있었다.
나는 그의 묘비명이 실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문학이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대한 경계라고 생각한다. 고통스러운 노동, 반전 없이 지속되는 삶, 지루하고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사실 우리의 삶은 부카우스키 소설 속의 모습들처럼 쓸모없고 사소한 것들로 가득하며, 문학은 그런 우리 삶의 모습 그대로에 온 마음을 두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문학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모습에 주목하고, 우리 개개인의 삶은 다시 문학을 완성하는 유일한 조건이다. 그리고 명쾌한 정의를 내리지 않아도 삶이 지속되는 것처럼, 나 역시 읽고 쓰는 행위를 반복해 왔다. 혁명의 일상성을 이야기하던 사사키 아타루는 이 같은 행위의 반복으로 문학을 정의한다. 읽고 쓰기 위해서라면 기존의 정보들을 재확인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 속에서의 읽기와 쓰기는 언제나 인식의 한계를 돌파하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등단 이후 써 온 글들을 대부분 버릴 수밖에 없을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학에 대한 믿음 하나로 첫 평론집을 펴낸다.
제1부에는 2000년대 이후 우리 현대시의 변화와 그 특징적 의미에 대해 주목하는 글들을 묶었다. 최근의 우리는 인터넷 환경과 SNS를 중심으로 하는 의사소통, 그리고 감염병 사태에서 재확인한 것처럼 국경조차 무의미해진 전 지구적 동시성을 경험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시인들은 불특정 다수와 그 어떤 경계도 없이 순간적으로 공명하면서도, 전체적인 하나의 목소리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에는 철저하게 경계한다. 특정한 힘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힘으로부터도 탈주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처럼 보이는 최근 우리 시인들의 특성을 읽어 내고자 했다. 제2부는 시론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에 주목해서 최근의 시 작품을 분석한 글들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시문학은 더 이상 발전을 멈춘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의 작품이나 구체적인 현실과 길항하고 있는 우리 시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았다. 제3부와 제4부는 개별 시인의 작품 세계를 보다 상세하게 들여다본 글들이다. 좋아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글쓰기의 과정을 그나마 견디고 지속하게 만들어 준 순간들이 포함되어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들에게 평론가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