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전시와 공연에 필요한 그래픽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과 가까운 과거(근현대)에 우리나라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을 찾아 그림 이야기로 만드는 데에 기쁨을 느낍니다. 그림책 《제무시》《미어캣의 모자》를 지었습니다.
처음 한국전쟁 중 일어난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배경으로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후 수천 쪽에 달하는 관련 조사보고서들을 읽었습니다. 즉결 처형 또는 구금 후 처형 같은 학살 방식, 산과 바다 같은 발생 지역, 이동 거리 등의 학살 과정은 사건마다 크고 작은 차이들이 있었지요. 그러나 각각의 사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거의 모든 사례보고서에 등장하는 일명 ‘제무시’라 불렸던 GMC 트럭이었습니다. 미군이 불하한 트럭 제무시가 목격자들의 증언에 등장하고 있었지요.
낮에는 나무가, 밤에는 달이 유일한 목격자라고 불리던 사건. 이 학살의 현장에서 낮에도 밤에도 트럭 제무시는 이를 모두 지켜보지 않았을까요. 그 뒤로 저 역시 트럭이 되어, 즉 기계인 트럭의 시점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