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이 풍요로우면 인간은 불행하다. 이것이 신의 모습을 훔쳐볼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운명에서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비극의 탄생'을 그려낸 니체가 근대를 출발시킨 지점일 것이다. 근대를 제대로 알려거든 니체와 맑스를 보라는 베버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이성비판을 향한 인문, 사회사상의 두 거두가 씨름했던 난제들이 마치 포자처럼 천지사방으로 퍼져 그 모슨의 자태를 곳곳에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이 모순들이 자취를 감추지 않는 한 사상은 끊임없이 탄생하는 것이며, 사상이 탄생하는 한 인류틑 이성과 인식의 경계를 넓혀 갈 것이다.
의료정책은 향후 10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영역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런 만큼, 의료정책에 관련된 전문가집단, 관료, 정치인들이 서로의 입장과 정책노선에 대하여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해야 합니다. 국민들도 어떤 형식으로든 의료정책의 결정과정에 참여하여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여야 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어떤 집단을 매도하는 것은 결코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이건 한번 매도된 집단은 상처를 받고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그것이 우연히도 건강을 지키는 의사라면 상처의 대가는 결국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옵니다.
이런 형태의 담론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작년에 그런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서로간의 담론의 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작년과 같은 의료대란이 다시 발생할 수 있으며, 그것의 사회적 비용은 우리의 몫입니다. 의료정책에 관하여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는 마음, 이것이 이 책을 쓰게된 가장 중요한 동기입니다.
(2001년 3월 30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
토크빌이 21세기 한국을 방문한다면 뭐라고 했을까? 아마도 한국민들의 마음 깊이 내재되어 있는 평등주의적 심성을 감지했을 것이다. 그것은 놀랄 만큼 위력적인 것이어서 토크빌조차도 한국의 평등주의가 어디서 발원했는지 매우 궁금해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180년 전의 미국과는 달리 평등 지향적 심성이 '자유'라고 하는 필수불가결한 가치와 짝을 이루지 않고 있으며, 역사와 상황 변화에 따라 제멋대로 수용되어왔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