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원래 따로 있을까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길이 달라지고 삶이 달라진 건 아닐까요?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구먼유” 하고 몸에 좋은 사과 생산만 고집하다 쫓겨난 일꾼들과, “알게 뭐야. 내 자리만 꽃방석이면 되지” 하고 돈만 벌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네네, 알께모야’ 일꾼들처럼 말이에요.
어린이들도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기도 하고 대화와 토론을 할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아마 좋은 매개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상징적인 인물과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지만, 어떤 과장도 꾸밈도 없는 현실을 함축하고 있거든요. 물론 동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의견을 가지든 온전히 어린이 독자의 몫이며 권리이고말고요.
“너 어느 나라 사람이야?” 다미는 이 질문이 제일 싫대요. “어느 나라 사람이긴, 한국 사람이지!” 다미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 사람이에요. 그런데 필리핀에서 태어나고 자란 엄마가 한국말을 잘 못하다 보니, 다미도 말을 배울 때 한국말 발음을 또렷하게 배우지 못했어요. 그래서 외모나 말투가 아주 조금 차이 날 뿐인데, 친구들이 외국인 취급을 할 때마다 참 속상하대요.
‘앗, 아빠다. 친구들 앞에서 한국말 하면 안 되는데.’ 뉴질랜드 사람인 브라이언은 길에서 부모님을 만나면 모른 척해요. 뉴질랜드에서 자란 브라이언은 영어를 잘하는데, 한국 출신 부모님은 말을 잘 못하니까 친구들 앞에서 창피하대요.
지구가 한마을이 된 지 이미 오래예요. 동쪽에 살던 사람이 서쪽으로 이사 가고, 남쪽에 살던 사람이 북쪽 사람과 혼인하는 일이 날마다 벌어지지요. 그런데 아직 출신과 지역을 따지며 구별 짓는 사람도 여전히 많아요.
호야네 마을에서 함께 어울려 뛰놀며 자라는 어린이들은, 그런 구별 짓기가 낯설고 이상할 거예요. “네가 얼마나 멋진데!” 멋진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친구가 되고 싶어 했던 호야와 몽생이처럼 말이에요.
너 그거 아니?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만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거.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의 거울인 거야. 아이야, 맑고 밝고 티없는 나를 보여주는 네게 감사한다. 그런데 너의 거울인 나는... 그래, 우리 어른들은 너무 거칠고 사납고 욕심스러운 모습이구나. 어둡고 메마르고 불행한 모습이구나.
하지만 얘야, 실망하지 말고 좀더 자세히 살펴 볼래? 초라한 모습 너머, 서로를 감싸안는 따스함도 있고, 주는 줄 모르고 자신을 주는 넉넉함도 있고, 사람 향기 은은한 들꽃 같은 이들 곳곳에 피어 있으니. 그들은 모두 너의 편, 너의 거울. 아이야, 잊지마라. 너는 누군가의 꿈. 누군가의 희망. 다른 누군가를 밝혀 줄 마법의 거울임을…….
동물 수호 정령 만세!
어린이 여러분은 동물을 좋아하나요? 나도 동물을 좋아해요. 그래서 이 동화를 쓰게 됐답니다. 말 못하는 동물들 대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요.
어렸을 때는 시골에서 참 많은 동물들과 한집에서 살았어요. 개, 소, 닭, 돼지, 염소, 고양이, 오리, 거위 등등.
어른이 되고 난 뒤에는 개를 두 마리 키워 봤고, 지금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어요. 닭, 햄스터, 자라…… 물고기도 키워 본 적이 있네요.
그런데 내가 동물을 키우고 싶어서 데려온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가축으로 길렀고, 엄마가 된 뒤에는 아이들이 어디서 얻어 오거나 사달라고 졸라서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사랑과 책임은 한 쌍이라서, 사람이든 동식물이든 인연을 쉽게 맺는 것이 내겐 늘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생명이 다 예쁘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워요. 그만큼 동물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현실이 안타깝고요. 다른 생명을 지켜주는 것도, 없애는 것도, 결국 사람끼리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물 보호 정령과 어둠의 정령은 다 우리 곁에 있어요. 이 책을 읽고 여러분은 어느 편을 들게 될까요?
착한 편, 정의의 편이 되면 좋겠네요.
우리 사회에는 이편도 저편도 들지 않고 입 다물고 있다가 이기는 편에 얹혀 가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걸 ‘무임승차’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이 책의 독자는 옳은 것을 옳다 하고, 아닌 것을 아니다 하면서 살기를 바랍니다.
자, 그럼 동물 정령을 만나러 떠나 볼까요? - 머리말 중에서
《온양이》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의지와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전쟁으로 인한 우리 민족의 고통과 슬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큽니다. 어린이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씌우는 것은 반대하지만, 한국 전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에서 활발히 나눌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기억일수록 묻어두기보다 자꾸 밝히고 이야기할 때,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더 환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함께 자라는 동무 같은 책이길
내가 어렸을 땐 책이 아주 귀했어요. 도시에는 책방도 있고 도서관도 있었지만 우리 집은 시골이어서 그림책 같은 건 구경도 못했지요.
처음 가져 본 책은 교과서였어요. 책도 생기고 공책이랑 연필이며 문구를 갖게 돼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다 기억이 나는 건 아니지만 교과서를 받았을 때의 벅찬 기분은 어렴풋이 떠올라요. 그러다 열 살 때 학교 도서관이 생겼어요. 수업이 끝나도 집에 가지 않고 책 읽기에 푹 빠졌는데, 그때 동화책 속 세상은 꼭 진짜 같았지요. 맛과 냄새, 소리와 촉감까지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그 후로 어른이 될 때까지 아주 많은 책을 읽었지만, 더 이상 온몸으로 이야기를 느낄 수는 없었어요.
<형이 형인 까닭은>이 교과서에 수록되자 어린 시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요즘 어린이는 그림책부터 읽으며 자라지만, 그래도 오감으로 혼자 책 읽기의 맛을 알아 가는 유년기는 여전히 특별한 시간이지요.
가끔 초등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어린이들이 “나부터 낳지, 왜 형부터 낳았어?”라고 동생이 말하는 대목에서 늘 웃음을 터뜨리더군요. 그리고 이 책을 왜 판매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종종 나왔어요.
그래서 여전히 사랑받는 동화 몇 편을 모아 다시 책을 펴냅니다. 어린이들이 공감하며 읽고, 나중에 생각해도 함께 자란 동무처럼 흐뭇하게 떠오르는 책이 되면 참 좋겠어요.